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보고서에 대해서... 천안함 피격사건

정부는 러시아 군사전문지 '나치오날나야 아바로나'의 작년 1월호에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배경을 분석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중략)

이 글에서 흐람치힌 부소장은 '제2의 한국전' 발발 시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그 어떤 경우에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때) 중국군은 북한 점령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 재미있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의혹제기도 안수명, 김광섭 두 박사로 인해 재점화되는 분위기였지요.
이전 글(링크보기)에서도 밝혔지만 안수명 박사의 경우 존재 자체가 불확실한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하여 기뢰설에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가 천안함 조사내용을 직접 다룬 것은 거의 찾기 힘듭니다.
특히 조사과정에 대한 언급은 내부보고용으로 작성된 '러시아 보고서'에 있을 뿐, 이것이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2012년 1월 14일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한 글(링크보기)을 여기에도 옮겨보았습니다.
내용이 조금 긴 편이니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레그와 러시아 보고서(클릭)

1. 그레그


그는 CIA경력을 가지고 있는 정치외교인이었습니다.

현재 은퇴해서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 미국대사까지 역임하신 분이 천안함 공식보고서를 부정하고 기뢰설을 주장하고 있다면 당연히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그것이 명백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주장하는 기뢰설을 내세우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영향'이라고 표현된 러시아 보고서와 이를 언급한 러시아 친구입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다룰 것이지만 이 분이 인터뷰하면서 내건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 지난해 한국 민주당이 당신을 국회 천안함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려고 했고, 당신도 오겠다고 했다던데.


"아니다. 난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식의 청문회가 준비된다고 들었고, 나를 불러들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비공식적 방법으로 난 출석치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에 출석한다고 한 적도, 천안함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없다.

 

내가 가장 강력하게 얘기한 것은 2010년 8월 언론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뿐이다. 그게 내가 말한 것의 전부이다. 그 탓에 이명박 정부에서 나는 인기가 없다. 한 마디로 말해, 나의 의구심이 천안함 사건이라는 남북대화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출처 : [신년인터뷰 ①]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말하는 '천안함'과 '김정은' (오마이뉴스, 2012.1.13)


나는 친구를 의심하지 않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저 또 다른 친구가 당신을 의심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구요.




2. 외교관계


그리고 그레그가 CIA 경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이런 글이 생각나더라구요.


(전 CIA 모스크바지국장) 모와트 라센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했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소련에서 축출되기도 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영예에 해당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소련 정보원들과 한 수를 두면 다음 수로 맞대응하는, 한 치도 양보가 없는 체스 게임이라도 하듯 정보 수집 활동을 했으며, 한 달에 한 차례씩 KGB 요원들과 만나 보드카를 마시기도 했다.
그들은 ‘한 가지 질문’ 게임을 했다. 각기 질문 하나만을 할 수 있었고, 상대는 그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거나, 아니면 아예 대답을 하지 않거나 하는 게임이었다. 거짓말은 규칙위반이었다. 그것은 적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는 연습이었으며, 모와트 라센이 자신에게 정보를 줄 수십 명의 이중간첩을 만들어낸 방식이기도 했다.

Suskind, Ron., The One Percent Doctrine: Deep Inside America's Pursuit of Its Enemies Since 9/11, Simon & Schuster, 2006 (박범수 역, 『1퍼센트 독트린』, 알마, 2007, pp.91-92)

소위 빨대나 소식통, 정보도입선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기사에서 언급된 러시아 친구는 국제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비공식적인 루트일 가능성이 큽니다.

현역에서 은퇴해서 자기 이름을 팔고 있는 84세 노인의 말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설하고,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던 국제조사단인 미국, 호주, 영국, 스웨덴을 제외하고 개별조사단을 파견한 국가는 러시아가 유일합니다.

미국, 호주, 영국은 서방국가이고 스웨덴은 북한에 대사관을 파견하고 있는 중립국가입니다.

이렇게 설명드리면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아서 한겨레21에 게재된 버틸(베르틸)의 기고문을 추천합니다.


북한과 스웨덴, 아주 특별한 친구! - 베르틸 린트네르(Bertil Lintner)



스웨덴도 만만한 친구가 아니군요.




3. 러시아 보고서


중요한 문제는 과연 러시아의 보고서는 외부로 공개, 열람된 적이 있는가?입니다.

그레그는 러시아 친구가 언급한 내용 뿐이라서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되었고, 그나마 한겨레만이 그 보고서를 국문으로 번역한 요약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의 기사를 내놓습니다.


[단독] 러시아, 천안함 침몰원인 ‘기뢰’ 추정

[원문] 러시아 해군 전문가그룹의 ‘천안함’ 검토 결과 자료

[단독]침몰원인 복합적으로 판단…‘한국쪽 어뢰’ 가능성도 제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기사도 내놓게 됩니다.


러시아에 뒤통수 맞은 한국…“MB, 실망감 드러내”

(이상 한겨레)


그런데 그 어디에도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라는 언급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의문점과 그에 대한 우리나라 합조단의 설명이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질의응답내용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후속기사에 나온 2010년 7월 4일의 러시아 대사관 초치에 대해서는 다음의 기사가 있습니다.


외교통상부가 최근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상대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조치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신각수 제1차관이 지난 4일 브누코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면서 "신 차관은 브누코프 대사에게 유엔 안보리 조치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러시아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부 관측통들은 러시아가 한국에 파견했던 자국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최근 미국과 중국 등에 통보한 데 대해 우리 측이 항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는 방한했던 자국 전문가팀이 수집한 정보와 자료 등을 토대로 조사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우리가 추가로 제공한 최종보고서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8일 브리핑에서 '아직 한국에 통보한 게 없고 추가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출처 : "최근 러시아 대사 초치해 '안보리 협조' 요청" (한국일보)


그 이후에는 뚜렷한 내용이 없다가 201년 9월 4일 리아 노보스티(위키백과 보기)에서 기사 하나가 나오는데 주목할 만한 내용이 나옵니다.



"Russian military experts examined samples of materials from the Cheonan ship, obtained during a working visit to South Korea, as well as documentation available to them," the official said. "The investigation is complete, all results were submitted to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he added.


"The possible cause of the sinking became an external influence on the vessel's hull," the official said.


He did not rule out that the results will be later forwarded to the South Korean side.


In early June, a group of Russian Navy experts went to Seoul to assess an international probe into the incident, which revealed that North Korea fired a torpedo at the vessel from a submarine, although Pyongyang denies the allegations. However, the experts were unable to give any decisive answers.


http://en.beta.rian.ru/world/20100904/160465980.html


제가 보기에는 1)어느 편을 명확하게 들 수 없는 러시아의 모호한 입장과 2)천안함에서 채취한 샘플과 제공가능한 문서에 의해서 외부폭발에 대한 결론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러시아 보고서는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에 제출될 내부문서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는 발표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 지도부 보고용”이라며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 결론은 어디에도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유포된 (천안함 보고서) 정보의 신뢰성 문제는 이를 쓴 해당 언론사의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한국 언론이 보도한 ‘러시아가 천안함 공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중간 보고서를 만들어 미국과 중국 정부 등에 전달했다’는 내용을 부인하는 것이다.


출처 : “한반도-시베리아 잇는 철도 만들자” (중앙일보·이타르타스 공동 인터뷰)


자, 결론을 내려 보겠습니다.


1. 2010년 7월에 들어서 러시아 보고서가 유출되었고 이에 반발한 우리나라가 러시아 대사관을 초치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2. 러시아 외무부는 보고서 공개에 대해서 부정하고 검토중이라고 했으며, 대사관 초치는 다른 이유임을 외교통상부에서 밝힙니다.

3. 2010년 9월경에 조사가 완료되어 내부보고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으며, 이것이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고 러시아 외무장관이 확인.



러시아 친구는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과연 누구를 조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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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땅 2012/07/06 23:53 #

    러시아 보고서 들이대던 모 신문 멘붕하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ㅋ
  • kuks 2012/07/06 23:55 #

    조선일보도 하락세라면 한걸레는 보나마나지요.
  • 세이코 2012/07/07 09:23 #

    도대체 어느 차원에서 들고온 자칭 러시아 보고서인지 hwp판만 돌아다니죠. 아무리 봐도 팬픽 확률.
  • kuks 2012/07/07 11:41 #

    팬픽! ㅋㅋㅋㅋ 적절하신 비유입니다.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2/07/07 11:18 #

    1년 지난 것을 이제서야 알다니........국정원 수준이 이정도라니 ㅠㅜ
  • kuks 2012/07/07 15:59 #

    이미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국내언론에 알려진 게 최근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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