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 문제가 나와서 다시 되짚어보는 이야기


낮 12시30분.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국방부의 삼호주얼리호 피랍관련 엠바고(보도 자제) 요청에 대해 첫 회의를 열었다. 
 
나는 기자실 회의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 
무엇보다 국방부는 그동안 한국선박이 8번 납치될 때마다 나름대로 구출계획을 세웠으나 실행하지 않는 인질 구출작전을 왜 이번에 굳이 실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구출 작전 검토의 배경은 인도적 목적 외에도 정치적 이유는 없을까. 이번에  청해부대가 해적을 제압하고 선원 피해없이 끝나는 ‘완전작전’을 펼친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예상해봤다. △ 지난해 연평도, 천안함으로 실추된 (해)군 명예 고양, △ 이역만리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청해부대 영웅 만들기, △ 결연히 해적에 맞선 국군최고사령관 MB의 과감한 결단의 부각 등이 예상됐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조기 레임덕 조짐을 보인 MB 정권 입장에선 인질구출 작전이 성공한다면 정국 전환의 호기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인질을 데려오는 방법은, 크게 1) 인질 구출작전과 2) 협상을 통한 몸값 지불이 있다. 군사작전은 대한민국은 해적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납치 재발 방지 효과가 크지만 작전 과정에서 인질이나 장병들이 희생될 위험이 상존한다. 몸값 지불은 인질 안전 보장과 석방은 확실하지만 국제사회와 해적에 ‘한국은 봉’이란 인식을  확산시켜 납치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이처럼 인질 구출 작전과 협상을 통한 몸값 지불 방법은 장단점이 뚜렷히 엇갈리는 방안이다. 이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방법도 논란이 일 수 있다. 사회적 공론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할지, 아니면 정부 당국자가 정책적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인가. 사람에 따라 판단이 엇갈릴 문제다.

그 자체로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는 인질 구출작전에 대해 작전 종료까지 엠바고를 요청하고, 또 기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게 합당한가? 만약 인질 구출 작전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쳐 작전이 실패한다면, 이런 위험한 작전을 비공개적으로 진행한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해 국민의 생명을 경시했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아울러 엠바고 요청을 수용한 기자들에게도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무책임하게 군과 한 통속이 됐다는 질책이 쏟아질 것이다. 
 
이런 생각과 걱정이 엠바고 수용 여부를 논의하는 기자실 회의를 하는 동안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어서 기자단의 총의를 모으는 회의를 주재하는 처지다. 따라서 개인 주장을 강하게 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번 엠바고 요청은 군사적 측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니 다들 여러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무엇보다 피랍 선원 안전이 걸려 있는 문제인만큼, 신중한 보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뜻을 모았다.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에 엠바고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 청해부대가 구출작전을 편다면, 1) 국방부가 구출 작전 개시 전 출입기자단에게 사전 언질을 주고, 2) 작전 종료 뒤 최대한 신속한 브리핑을 한다는 2가지 전제 아래  구출 작전 종료까지 관련 보도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기자들 내부적으로 엠바고 종료 기준은 삼호주얼리호가 구조돼 선원들의 신병을 청해부대가 확보하는 것이거나 삼호주얼리호가 해적 본거지인 소말리아 항구에 입항해 물리적으로 더이상 구출작전을 펼 수 없는 상황 2가지로 정했다.
 
나는 이런 기자단의 결정을 국방부에 통보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막상 엠바고 수용에 합의했지만, 내심 엠바고가 구출작전 종료 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 분위기였다. 국방부 당국자들이 엠바고 유지의 전제인 충실한 사전 브리핑을 해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또 기자들 내부에서도 엠바고에 대한 신문과 방송 매체별로 입장이 다른데다 기자 개인의 성향도 다르다. 따라서 이번 엠바고는 작은 돌발변수만 불거져도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은 존재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엠바고 수용 하룻만에 ‘난리’가 났다.  

‘여명작전 엠바고’ 4박5일간의 뒷얘기(디펜스21-한겨레 국방전문 웹진)



딱히 할말은 없고 미드 '뉴스룸(The Newsroom)'의 한 장면이나 봅시다.





ⓒHBO



그리고 시간되시면 빤스지기님의 글을 한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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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스탠 마쉬 2012/08/12 00:05 #

    지난번에 엠바고 어긴게 미디어오늘이었죠 아마
  • kuks 2012/08/12 00:10 #

    아덴만의 여명작전이라면 부산일보가 첫빠따, 그 다음에 아시아투데이와 미디어오늘이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거의 동시에 게재하였고 미디어오늘은 인용보도라는 명목으로 보도진행...

    이후 기사삭제를 요청한 국방부의 요구를 묵살하는 패기를 보여주었고,
    이후에 이들 언론사는 정부기관 출입제한과 취소라는 무거운 제재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 재규어 2012/08/12 02:12 #

    이때 정말 욕 나왔죠.. 나중엔 해적인권 드립까지 ㅡㅡ
  • kuks 2012/08/12 02:43 #

    기사 본문에도 나오듯이 기자 개인의 성향과 정치논리를 언급하고 있지요.
    사건 자체를 바라보고 판단함에 있어서 왠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외부요인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듭니다.
  • Ladcin 2012/08/12 08:47 #

    엠바고 걸었다고 삐진 누구씨들이 생각남ㅋㅋ
  • kuks 2012/08/12 10:20 #

    특종에 죽고사는 분들이라 이해못할 바도 아니지만, 예전의 보도통제 수준이 아닌 이상 차분할 필요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 터미베어 2012/08/12 08:58 #

    보도제한이나 금지도 아닌 구출작전 엠바고 건거가지고 언론의 자유니 드립치는놈들은 걍 지들이 인질상황이 된다음 그거 구출 작전이 생방송되는 상황좀 격어봐야할듯...(뮌헨 올림픽 참사)......
  • kuks 2012/08/12 10:24 #

    네, 말씀대로 역지사지가 필요한 부분이죠.
    예를 든 뮌헨 올림픽 참사 이후로 공기관의 대언론활동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요.
  • 누군가의친구 2012/08/14 00:51 #

    정말 참 어처구니 없을 뿐이죠. 특히나 저 마지막 부분 보면 엠바고는 깨지기 마련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던것 같아 더욱 어처구니 없을 뿐입니다.
  • kuks 2012/08/14 01:03 #

    기자로서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이 국민의 알 권리가 어느 다른 권리나 기자가 지켜야 할 의무보다 앞설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지요.
  • 2012/08/24 17: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4 17: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8/24 17: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8/24 17: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ittyHawk 2012/08/24 17:08 #

    저 X끼들은 그냥 정줄을 놨어요. 그때 기자실 출입 제한 정도가 아니라 인질 안전을 위협한 죄를 물어 어떻게든 형사처벌을 시켰어야 했습니다.
  • kuks 2012/08/24 17:16 #

    당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를 출입금지와 취소를 시켰다고 하지요.
    그때의 징계에도 언론탄압이다 뭐다 해서 난리를 치더니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모양입니다.
  • 백범 2012/08/24 19:27 #

    저 엠바고를 깬 기자들의 소속 언론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가해야 됩니다. 폐쇄나 출입금지는 안되고 저런 엠바고를 어긴 것에 대한 불이익은 가해야지요.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김선일 납치 사건 때나 샘물교회 아프칸 사건 때 엠바고를 깬 언론들 때문에 세 사람이나 죽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2009년 소말리아 사건 때는 자신들이 엠바고를 깨놓고도 여즉 정신을 못차리니...
  • kuks 2012/08/24 19:33 #

    물론입니다.
    이는 언론사의 윤리문제마저 심각하게 훼손된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유족도 동의하였고 정부에 일임한 문제까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더 이상 신뢰적인 관계를 맺기는 힘들지요. 이에 과거사례를 참고하여 매우 엄중하게 다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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