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emy : 의도치 않은 '아청법' 같은 이야기

내 사춘기를 같이 했던 여러 음악이 있었지만 '아청법' 논란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Pearl Jam의 "Jeremy"란 곡이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이 노래의 주제는 바로 '왕따'이다.



故 Jeremy Wade Delle의 모습. ⓒSShep.com (바로가기)


제목이자 가사 속의 주인공인 Jeremy는 친구도 없었고 부모의 관심도 받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지각해서 반성문을 써오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받게 되지만 정작 그가 들고온 것은 권총이었고 학우들 앞에서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하게 된다.

이 내용을 뉴스로 보게 된 밴드의 보컬인 에디 베더(Eddie Vedder)는 큰 충격을 받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데뷔앨범의 타이틀 곡인 'Jeremy'에 그 내용을 담게 되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의도와는 달리 상당한 논란을 부르게 된다.
아니다, 노래가 아니라 뮤직비디오가 문제가 되었다.

결국 Pearl Jam은 논란이 된 부분을 삭제하여 재편집한 뮤직비디오를 내놓게 되었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게 되었고 그 이유는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91 SONY BMG MUSIC ENTERTAINMENT


바로 편집된 장면 직후의 모습이 학교에서의 총기난사를 연상케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달랐다. 왜냐하면...



ⓒ1991 SONY BMG MUSIC ENTERTAINMENT


처음에 문제가 되어 편집된 부분은 총기자살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총기난사 장면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자살한 Jeremy의 피가 튀는 장면인 것이다.

계속된 논란에 Pearl Jam은 이후 "Do The Evolution"이 나오기까지 7년 가까이 뮤직비디오를 내놓지 않았다. 
결국 한참 지나 발생한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Jeremy"의 뮤직비디오 편집본 조차 방송에서 보기 힘들게 되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뮤직비디오가 총기난사를 부추겼을까?

분명히 이 뮤직비디오는 실화에 근거를 두고 그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인데, 예술행위에서의 문제의식 표출은 힘들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사건이 발생해서 사회문제화 되면 그 원인을 근본적인 알맹이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만 보고 판단하지 않을까?





ⓒ1998 SONY BMG MUSIC ENTERTAINMENT

7년만에 내놓은 "Do The Evolution"뮤직비디오로 이 글을 마무리 지을까한다.

아마도 창조론을 밀게될 지 모를 우리나라에서의 운명은?


[참고자료]

덧글

  • 대공 2012/10/20 17:57 #

    깨알같은 4호 장포신을 발견한 저는 밀덕이군요. 그 직후에 진짜 나치 표시 넣어도 될텐데 넣었다간 기계적으로 또 편집당하겠군요.
  • kuks 2012/10/20 20:08 #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Jeremy가 던진 직구에 비하면 Do The Evolution은 각종 구질이 버무려진 변화구 같지요.
    그리고 풍자의식도 함축되어 있으니 명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RuBisCO 2012/10/20 18:17 #

    100 년전에 미친 아줌마가 도끼 들고 술집 때려부수던 시절이나 유해만화 때려잡는다고 난리치던 30년전이나 저 뮤직비디오가 논란이 된 20년전이나,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는듯합니다.
  • 백범 2012/10/20 19:09 #

    안 바뀌면 바뀌게 해야지요. 나혜석이나 박인덕, 김활란, 김일엽 같은 여자들은 분명 사회를 바꿔놓았습니다. 가령 박정희 장군만 해도 미국식 민주주의나 자유주의의 영향을 받던 한국사회를 순식간에 국수주의 파쇼국가화 시켰지요. 안바뀐다고 좌절할게 아니라 바꾸려고 시도라도 해봐야 된다 라고 생각합니다.
  • kuks 2012/10/20 20:10 #

    제가 Do The Evolution의 뮤직비디오를 내걸었던 것도 그 안의 여러 메시지 중 '역사는 되풀이된다'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 kuks 2012/10/20 20:25 #

    백범// 그런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2012/10/20 20: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20 20: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ITUS 2012/10/20 21:12 #

    미묘하게 인간 이전에도 지구는 폭력의 역사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세상은 그래도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조금 골탕먹이는 분위기도 있군요...ㅋㅋ (뭐, 전 독실하긴 하지만 종교인이기도 하면서 과학적 합리주의로 광신자들을 때려잡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사람으로서.. 좋은말로 꼬드겨서 사람들을 파멸로 이끄는 부류의 풍자를 재밌게 풍자했다고 생각했습니다...)
  • kuks 2012/10/21 13:53 #

    네, KITUS님이 생각하는 의미가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지만 현실을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 그 수단을 애니메이션으로 하고 있지요.
  • 놀자판대장 2012/10/22 11:02 #

    취소선 그인 마지막 문장이 무섭네요...
  • kuks 2012/10/22 14:43 #

    네, 제가 정말 지지하기 어렵고 우려하는 부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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