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재앙 대참사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언론인들에게 배포한 프레스 가이드라인(PG)을 통해 “문 대통령 내외는 체코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체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프라하성을 공식 일정의 하나로 방문한 것”이라며 “공식 일정 중 일어난 일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나 억측에 대해 논평치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프라하성 방문이 체코 대통령 초청에 의해 이뤄진 공식 일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프라하성 방문이 체코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는 해명은 오히려 더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프라하성으로 초청했다는 집주인(밀로시 제만 대통령)이 정작 체코를 비웠기 때문이다. 체코 경유 미스터리는 ‘체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줄 알면서도 왜 체코를 갔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번 체코 방문은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간 급유 등을 위해 경유차 이뤄진 것”이라며 “경유지 검토 과정에 경유지에서의 지원 등 기술적 측면 외에도 경유를 계기로 양자 정상외교 성과 측면도 함께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교부는 10월 아셈(ASEM) 정상회의 때 체코 측이 양자회담을 제안했지만 우리 측 사정으로 회담을 갖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체코 대통령 부재는 우리 측 사정으로 양자회담을 갖지 못한 것을 고려해 체코를 방문했다는 설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체코 대통령의 부재로 결국 한·체코 양자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다시 “체코는 헌법상 내각책임제로 실질적 정부 운영 권한을 총리가 갖고 있으며, 제만 대통령은 문 대통령 방문 기간 중에 외국 순방 중이었으나, 문 대통령과 우리 대표단을 공식 방문에 준해 의전 및 경호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해명했다. 

실질적 정부 운영 권한을 총리가 갖고 있으니 총리와 회담이 곧 양자회담과 같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정작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은 정상회담이 아닌 비공식 면담으로 회담의 성격과 이름이 바뀌었다. 정상회담을 비공식 면담으로 바꾼 이유를 외교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바비시 총리와 회담이 실질적인 정상회담이지만 체코 측 내부 의전상의 이유로 비공식 회담(면담)으로 해줄 것을 요청해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비공식 회담이었음에도 이번 한·체코 정상회담은 70분가량 양국의 모든 주요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매우 내실 있고, 심도 있게 진행됐다.” 

체코 측이 밝힌 내부 의전상의 이유는 제만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매우’ ‘내실 있고’ ‘심도 있게’ 회담이 진행됐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회담은 비공식 면담으로 그 의미가 축소됐다.



위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Q1) 체코에 왜 갔는가? 
A1) 체코 대통령이 초대했다.

Q2) 그런데 체코 대통령이 없었잖아? 
A2) 급유 좀 받으려고 하다가 지난 번에 체코의 제안으로 하려던 양자회담을 우리 사정으로 못한 것도 있고 겸사겸사 들렀다.

Q3) 그런데 대통령이 없었잖아? 
A3) 체코는 내각책임제라서 총리가 실세다.

Q4) 그런데 공식(회담)이 아닌 비공식(면담)에 그쳤잖아?
A4) 그게 체코 대통령이 부재중이라서 그렇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원인이 무엇인지 그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연이어 벌어진 의전참사를 돌이켜보면 청와대나 외교부 실무진 중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데?

성과야 사업적으로 흔한 문제이니 그렇다쳐도 대놓고 문전박대까지 이르게 되면 이건 정말 국가위신에 관련된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덧글

  • 2018/12/09 00: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2/09 23: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ediocris 2018/12/09 01:40 #

    Q3) 그런데 대통령이 없었잖아?
    A3) 체코는 내각책임제라서 총리가 실세다.
    Q4) 그런데 공식(회담)이 아닌 비공식(면담)에 그쳤잖아?
    A4) 그게 체코 대통령이 부재중이라서 그렇다.

    순환논리(petitio principi)의 끝판 왕이군요.
  • kuks 2018/12/09 23:46 #

    구라치다가 걸려서 손모가지 내놓게 생겼으니 궁색하다 못해 찌질해진 상황이라고 봅니다.
  • 헬센징 2018/12/09 03:50 #

    아주 아가리만 벌리면 구라가 일상이죠. 병신인 것은 자신들도 인정하는 팩트라서 그런지 그냥 검증이 안된다고 아무소리나 멋대로 쳐 지껄이는거 같습니다. 그냥 세금으로 해외여행 즐기고 온거죠.
  • kuks 2018/12/09 23:48 #

    지지율 믿고 깝쳐봤자 어차피 능력치에 수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쇼통으로 먹고사는 것도 어느 정도이긴 한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대통령 못해 먹겠다던 시절과 별반 달라 보이진 않습니다.
  • 루루카 2018/12/09 08:34 #

    사기/거짓말도 나름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전문가란 거추장스러운(추방해야할) 존재로 인식하고, 코드(?) 맞는 아마튜어들로 채워진 집단에서, 그쪽인들 멀쩡할까요?
    글쟁이(비하 표현 죄송)도 널린 진영인데, 제대로된 시나리오 작가 하나 못 들인다는게 한심할 따름이죠.
    종교의 설교가 논리에 맞지 않아도 신도들이 은혜 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 kuks 2018/12/09 23:50 #

    동의합니다.
    눈도 내렸는데 이 정도면 탁모씨도 보내줄 때도 되었고 강모씨도 제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채널 2nd™ 2018/12/09 09:13 #

    말로 말을 덮을려고 하니 말이 많을 수 밖에 -- ;;;

    돌고 돌고 또 돌리고, 김대중이 시절의 회전문 인사를 본 이후로 이런 "신박한" 논리는 간만에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kuks 2018/12/09 23:50 #

    꼬리에 꼬리를 무는... ㅋㅋㅋㅋㅋ
  • 채널 2nd™ 2018/12/10 02:31 #

    "벤젠"이나 "오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도 성공(!)했는데........

    지금의 이 정권은 그냥 서로 꼬리만 물고 있는 형국이라고 밖에 -- 가장 약한 꼬리가 끊어지는 날만 기다려 봅니다.... ㅋㅋㅋㅋㅋ

  • 無碍子 2018/12/09 10:40 #

    A4가없어서 그런건아닌지요?
  • kuks 2018/12/09 23:52 #

    역시 할말이 많아지면 그 정도까지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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